다른 이들은 쉬고 있을 11월 2일 일요일, 데브파이브 사무실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점역사 이민정님이 방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데브파이브는 현재 두 가지 점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브레일리파이(Braillify)는 2024 개정 한국 점자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여 개발된 Rust 기반 고성능 한글-점자 실시간 점역 시스템으로, Rust(Cargo), Node.js(npm), Python(pip) 등 다중 플랫폼으로 배포 가능한 오픈소스 점역 엔진입니다. 그리고 이 브레일리파이를 핵심 엔진으로 활용하여 터칭메모리(Touching Memory)라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형 점자 문서 편집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점역 소프트웨어는 특정 PC에 설치해야 하고 혼자서만 작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터칭메모리는 웹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점자 문서를 편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점역 업무를 수행하시는 전문가의 자문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이민정님은 저희에게 단순한 자문자를 넘어선 존재입니다. 한글을 점자로 변환하는 오픈소스 브레일리파이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깊은 도움을 주셨을 뿐 아니라, 우연히 안드로이드의 점자 표기 버그까지 발견해 주셔서 저희 데브파이브가 구글에 문제를 공식 제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입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그야말로 다리 같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이날 만남에서는 점자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어떤 관점과 접근을 가져야 실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값진 조언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의 시각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용자 경험의 세밀한 부분들, 점자 표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 그리고 협업형 플랫폼에서 점자 문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할 실무적 요소들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터칭메모리가 지향하는 실시간 협업 환경에서 점역사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분담하고 병합하는지, 어떤 기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번 만남은 데브파이브가 개발하는 점자 기술이 단순히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시각장애인 분들의 일상과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데브파이브는 앞으로도 브레일리파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터칭메모리를 개발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민정 점역사님을 비롯한 현장 전문가분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할 것입니다. 기술의 완성도는 개발자의 역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와 전문가의 경험과 통찰이 더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넓혀가겠습니다.
점역 프로젝트 참여: https://braillify.kr
오픈소스를 사랑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